도로 노면표시 중 흰색 실선의 의미
도로의 흰색실선(백색 실선)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진로변경을 제한하는 차선으로 진로변경제한선입니다.
①교차로 또는 횡단보도 등 차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도로구간,
②편도 2차로 이상의 도로에는 정지선으로부터 50미터 이내의 구간에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차선변경이 제한됩니다.
두번째는 차선의 하나로 그려지는 흰색실선(백색실선)입니다.
편도 2차로 이상의 차도구간에 설치합니다. 마찬가지로 차선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흰색 실선 구간에서의 진로변경이나 추월에 대한 제재
진로변경금지위반
이러한 흰색 실선이 있는 곳은 아래의 도로교통법 제14조 제5항이 적용됩니다. 이에 위반한 경우 진로변경금지위반입니다.
도로교통법 제14조(차로의 설치 등) ⑤ 차마의 운전자는 안전표지가 설치되어 특별히 진로 변경이 금지된 곳에서는 차마의 진로를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도로의 파손이나 도로공사 등으로 인하여 장애물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정한 경우 고용주도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진로변경금지위반의 경우 승합차·승용차는 3만원, 오토바이는 2만원, 자전거는 1만원의 범칙금
앞지르기금지위반
또한 흰색실선 구간에서 차선변경이나 추월을 할 경우 앞지르기금지위반이 되기도 합니다. 도로교통법 제22조는 앞지르기금지의 시기 및 장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2조(앞지르기 금지의 시기 및 장소) ③ 모든 차의 운전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곳에서는 다른 차를 앞지르지 못한다.
1. 교차로
2. 터널 안
3. 다리 위
4. 도로의 구부러진 곳, 비탈길의 고갯마루 부근 또는 가파른 비탈길의 내리막 등 지방경찰청장이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곳으로서 안전표지로 지정한 곳
앞지르기금지위반의 경우 승합차는 7만원, 승용차는 6만원, 오토바이는 4만원, 자전거 등은 3만원의 범칙금
흰색실선 노면표시 설치의 문제점
흰색실선의 경우 너무 기계적으로 도로에 설치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것은 앞지르기 금지의 장소를 규정하고 있는 위의 도로교통법 제22조와 관련됩니다.
1호 교차로 내에서 진로변경금지와 4호 위험성·교통안전 등을 고려하여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2호 터널 안과 3호 다리 위 앞지르기 금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터널 안과 다리 위는 흰색실선을 설치해야 합니다. 터널이나 다리의 여건을 고려하여 신축적으로 정해져야 하는데 이 규정을 무조건 적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터널 안과 다리 위에 앞지르기나 차선변경을 금지하는 것은 추측컨대 교량이나 터널 건설 기술이 떨어지던 시절이나 도로 사정이 열약하던 시기에 만든 규정인 듯 합니다. 그만큼 터널 안과 다리 위가 위험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먼저 터널 안에 설치되는 흰색실선(백색실선)을 보면 경찰청 업무편람으로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2조에서 예외없이 터널 안과 다리 위에서의 앞지르기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앞지르기와 다를바 없는 진로변경을 경찰청 내부지침인 '교통노면표시 설치·관리 업무편람'(2022.12.15)에서 "고속도로의 터널 내에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백색점선의 차선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입법위임을 일탈한 규정입니다.
이 편람에 따라 일부 고속도로 터널 구간에 흰색 점선을 설치하여 진로변경을 허용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① 차로폭이 3.6m 이상 ② 길어깨 폭이 좌측 1m 우측 2.5m 이상 ③ 일정 조명 기준을 충족하고 ④ 속도위반 단속장비를 설치한 경우만 흰색 점선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통공학적으로 이 규정이 안전을 고려한 기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면 금지하고 있는 상위법령의 개정없이 행정청의 내부 규정으로 허용하는 것은 법체계상 허용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조명기준이 우리나라의 불법 틴팅 관행을 고려한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불법 틴팅을 한 차량들에게는 아무리 밝은 터널도 어둡게 느껴집니다.
다리위에 설치되는 흰색실선(백색실선)은 입법체계에 어긋나는 예외조차도 없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불과 몇십미터 정도의 다리 위에도 흰색실선을 그어버린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직선도로이고 위험한 곡선구간보다 훨씬 안전한 경우인데도 다리 위라고 흰색 실선을 그어 차선변경 및 앞지르기를 막아 놓았습니다. 그러나 다리 중에도 아래의 사진처럼 차선변경이나 앞지르기를 하여도 문제가 없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다음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교통체증을 유발합니다.
긴 터널이나 긴 교량의 경우 규정을 준수하려면 차량들이 일렬로 운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느린 차라도 있으면 바로 교통체증이 유발되고 그 효과는 연쇄적으로 미쳐서 상당히 긴 구간에 체증이 유발됩니다. 주말에 고속도로 터널이 있는 근처는 거의 100% 정체구간이 됩니다. 게다가 구간단속카메라까지 설치 되어 있으면 그야말로 200%입니다.
둘째 도로교통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편도 2차선 이상의 고속도로에서 교량이나 터널을 통과하는 차량 중에 1차선을 주행하는 차량은 거의 전부 도로교통법 위반 차량이 됩니다.
고속도로의 1차선은 추월차선입니다. 추월할 경우에만 진입하고 추월이 끝나면 바로 2차선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교량이 시작되기 직전이나 터널이 시작되기 직전에 추월하려고 들어간 차량만 어쩔 수 없이 교량과 터널 끝까지 1차선을 주행할 수 있습니다. 그 이외에 1차선을 주행하는 차량은 전부 도로교통법 위반차량이 됩니다.
도로교통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터널이나 교량 구간 내내 1차선은 텅텅 빈 채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셋째 차선변경을 금지하는 것이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터널내에서는 먼저 포스팅했던 것처럼 진한 썬팅(틴팅)이나 운전자의 시력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앞서가는 서행차량에 대한 반응이 늦어져서 추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규정 위반의 틴팅(썬팅,선팅)
차선변경이 가능하도록 해야 느린 차를 피해갈 수 있고 급정거로 인한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도로교통연구원이 전국 터널 3곳에서 시범적으로 차선변경을 허용했더니 이들 터널에서 사고율이 70%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을 보아도 차선변경을 금지하는 것이 안전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허용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통안전 등을 고려하여 터널과 다리 위에 앞지르기나 차선변경을 상황에 따라 허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유럽에서 운전할 때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이외에는 터널과 다리 위에서 앞지르기니 차선변경을 금지하는 것을 거의 본 기억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한하는 경우가 예외처럼 보였습니다. 한국의 도로건설 기술수준이 교량과 터널 내에서 진로변경을 하는 것이 안전을 위협할 정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도 곡선구간보다 안전한 터널이나 다리 위에는 차선변경이나 앞지르기 금지를 위한 흰색실선을 자제하는 쪽으로 입법의 개선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교통공학적으로 명확한 안전기준을 충족한다면 터널 내나 다리 위라도 흰색실선보다는 점선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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