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리조트 화담숲에서 반딧불이 이벤트에 다녀왔습니다.
화담숲 반딧불이 이벤트는 매년 6월 초에 10일정도 열립니다. 2023년은 13회 째로 6월16일부터 6월 25일까지 9일간 열렸습니다. 미리 예약을 하셔야 입장이 가능하고 밤 9시부터 10시40분까지 10분 간격으로 입장합니다. 인기가 있어서 예약시기를 놓치지 않고 예매하셔야 합니다. 바딧불이의 생태때문에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니 6월초를 기억하시고 미리 확인하시고 예매하여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안내사항을 보면 반딧불이의 안전을 위해 기피제와 불빛이 나오는 촬영, 휴대폰, 손전등은 금지됩니다. 반딧불이의 불빛은 암컷과 수컷이 짝을 찾기 위한 구애 신호인데 인공적인 빛은 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람 코스는 4인승 리프트를 타고 화담숲 입구까지 올라 간 다음에 실내 인공배양장에 있는 반딧불이를 구경하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반딧불이를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 계곡 속에 반딧불이가 별빛처럼 반짝이는 모습을 보실 수도 있고 하늘을 날라다니는 반딧불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레이저로 만들어낸 환상적인 반딧불이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농약, 환경오염, 인공적인 불빛 등으로 인하여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반딧불이의 생태
반딧불이의 종류
개똥벌레라 불리는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의 곤충입니다. 전 세계에는 2100여 종이 있지만 한국에는 꽃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북방반딧불이, 애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큰흑갈색반딧불이, 왕꽃반딧불이 등 8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중에서 현재 전국적으로는 운문산에서 처음 발견된 '운문산반딧불이', 이와 유사한 '파파리반딧불이' , 가장 작은 '애반딧불이', 활동하는 시기가 가장 늦은 '늦반딧불이' 가 주로 발견된다고 합니다. 화담숲에서 보실 수 있는 반딧불이는 애반딧불이입니다. 반딧불이 축제로 유명한 무주의 경우 설천면 남대천 일대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인 다슬기 서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는데 여기서는 주로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반딧불이의 구조
반딧불이는 곤충이므로 머리, 가슴, 배로 이루어진 3마디의 몸체로 나뉘어지며 한 쌍의 더듬이와 눈, 3쌍의 다리, 2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날개의 경우 반딧불이의 종마다 약간의 차이를 갖는데 늦반딧불이나 운문산반딧불이 암컷의 경우처럼 완전 퇴화 되어 흔적만 남거나 속 날개만 퇴화되어 한 쌍의 날개만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딧불이의 빛
어린 시절에 제가 살던 곳에서는 개똥벌레나 반딧불이라는 이름보다는 그냥 반딧불로 불렀던 것 같습니다. 반딧불이 빛은 배에 있는 발광 세포에서 나옵니다. 반딧불이 꽁무니에는 루시페린(luciferin)이라고 하는 발광물질이 있는데 이것이 산소와 만나 루시페라아제라는 효소가 작용하여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옥시루시페린이라는 물질로 바뀌면서 빛을 뿜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발광 부위는 반딧불이의 암컷은 일반적으로 배 부분 6번째 마디 1마디만 발광하며, 수컷의 경우 배의 6번째와 7번째마디, 2마디가 발광합니다. 화담숲에서 반딧불이를 구경하며 숫컷과 암컷을 구분하여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반딧불이의 발광은 짝짓기에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알과 번데기 및 유충 시절에도 복부의 발광 기관에서 알아보기에 충분한 빛을 낸다고 합니다. 이번에 화담숲에서 물속에서도 빛을 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반딧불이의 빛은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고사성어로 친숙한 빛입니다. 중국 동진(東晉·317~419)의 차윤(車胤)이라는 선비가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집안이 가난해 불을 밝힐 기름조차 구하지 못해서 차윤은 여름이 되면 반딧불이(螢)를 주머니에 잡아넣어 그 빛으로 밤새워 책을 읽고 이부상서가 되었고, 손강(孫康)이라는 사람은 어려서부터 배움에 큰 뜻을 두었지만 집이 가난해 기름을 살 돈이 없어 겨울밤이면 하얀 눈(雪) 빛으로 책을 읽고 대사헌까지 올랐다는 고사죠. 물론 200여 마리를 모아야 신문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이고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활동시기도 2주 정도 밖에 안되어서 실제로는 과장이 있는 고사성어입니다.
반딧불이의 성장과정
반딧불이는 애벌레로부터 성충으로 성장하기 까지 긴 기간이 걸립니다. 우리가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시기가 짝짓기 기간이니 그 이외의 기간은 알에서 부화하여 애벌레 상태로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성충이 되기까지 1~2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애벌레는 수질이 양호한 곳에서 주로 달팽이와 민물 다슬기를 먹으며 서식한다고 합니다. 애벌레는 수중에서 20㎜ 내외로 성장한 다음 땅 위로 기어 올라와서 땅속에 번데기 집을 짓고 90일 정도 머무르며 번데기가 되고, 최종적으로 6월~9월 경 성충이 되는 것입니다.
운문산반딧불이(Luciola unmunsana, Hotaria unmunsana): 애반딧불이아과 애반딧불이속
일본인 Doi (1931)에 의해 경상남도 운문산에서 채집하고 그 채집지명을 따서 Luciola unmunsana라고 처음 명명하였다고 합니다.
성충으로 활동시기: 5월 하순~7월 중순
크기: 7~10.5mm, 수컷이 더 크고, 암컷은 날지 못함
서식지: 유충은 주로 산기슭, 밭주변, 냇가의 습한 지역에서 활동하며 달팽이류, 고동류 등을 먹고 생활하는 육서종 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Luciola papariensis, Hotaria papariensis): 애반딧불이아과 애반딧불이속
Doi (1932)에 의해 함경남도 풍산군 파발리에서 채집하여 그 지명을 따서 Luciola papariensis라고 처음 보고하였다고 합니다.
성충으로 활동시기: 5월 하순~7월 중순
크기: 8~12mm, 수컷이 더 크고, 암컷은 날지 못함
서식지: 유충은 주로 산기슭, 밭주변, 냇가의 습한 지역에서 활동하며 달팽이류, 고동류 등을 먹고 생활하는 육서종 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는 다른 곤충들과 다르게 고유한 몸체의 특징을 발광 부위로 갖습니다.
애반딧불이(Luciola lateralis Motschulsky): 애반딧불이아과 애반딧불이속
국내에서 가장 작은 반딧불이입니다. 가장많이 서식하기도 하고 각종 반딧불이축제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종입니다.
성충으로 활동시기: 6월~7월
크기: 5.5~10.5mm, 암컷이 더 크고, 암컷과 수컷 모두 날 수 있음
서식지: 유충은 논·습지·고인 물이 있는 배수로 등지의 물속에서 생활하며 물 달팽이, 다슬기등을 먹으며 자라는 수서종 반딧불이
늦반딧불이(Pyrocoelia rufa, Lychnuris rufa): 반딧불이아과 늦반딧불이속
늦반딧불이는 가장 크고 가장 늦게 활동하며 빛도 점멸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광하는 종입니다.
성충으로 활동시기: 8월~9월
크기: 12.5~18.5mm, 암컷이 더 크며 날지 못함
서식지: 유충은 주로 땅 위의 달팽이류를 먹이로 하며 간혹 인공 수로 부근에 붙어 물달팽이류를 먹기도 함
위의 사진과 관련하여 예전에 EBS 다큐멘터리에서 늦반딧불이의 당팽이 사냥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온순해보이는 반딧불이 이미지와 달리 육식을 즐기는 모습에 약간은 충격적이었던 장면이었습니다.
반딧불이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달팽이 🐌 늦반딧불이 애벌레의 달팽이 사냥
성충이 되면 주로 야간에 짝짓기부터 부화 등의 활동을 합니다. 성충이 된 반딧불이는 2~3일 뒤부터 짝짓기를 시작하고, 4~5일 후부터 습한 이끼 위나 수초, 풀뿌리 등에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열흘에서 2주 정도 되는 이 시기에는 먹이활동을 안하기 때문에 번식 후에는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화담숲에서 안내하시는 분이 이 시기에는 이슬만 먹고 산다고 표현하시더군요. 우리가 반딧불이를 딱 이 시기만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화담숲에서도 6월초에 열흘 정도 반딧불이 이벤트를 하는 이유도 애반딧불이가 성충이 되는 시기가 이 때이고, 열흘 정도만 생존하기 때문이며, 주로 밤 9시 넘어 활동하기 때문에 관람시간도 밤 9시 이후로 정해진 것입니다.
어린 시절 이후에 잘 볼 수 없었던 반딧불이를 많이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화담숲 뿐만 아니라 전국의 반딧불이 축제장을 방문하여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도시의 불빛이 없는 한여름의 산속에서 반딧불이를 찾아보는 경험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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